설렘이 찾아올 때_ 윤종신 <너에게 간다>
by NUGA
설렘이라는 감정
설렘이라는 감정은 무척이나 희귀합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설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치 않는다고 해서 설레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상에 깜짝 선물처럼 찾아오는 감정이 바로 설렘입니다. 아주 가끔 찾아오는 감정이므로, 결코 흔하지 않은 감정이므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귀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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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사랑에 내포된 수만 가지 감정 중에서 처음의 두근거림만큼이나 강력하고 압도적인 감정은 없다는 겁니다. 다른 모든 감정을 집어삼키고 뒤흔들 수 있는 강렬한 감정,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생생한 감정, 어쩌면 그게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싶은 감저으, 다른 조건이나 여건, 환경에 눈 돌리지 않고 감정 그 자체에 충실할 수 있는 감정은 설렘이 유일하니까요.
너에게 간다
옛 연인과 재회한다면 어떤 기분일지를 상상하면서 쓴 노래. <너에게 간다>가 그런 노래입니다. 그리움이 찾아드는 게 막 이별했을 때보다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일 때가 더 많아서 자연스레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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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재회의 설렘을 그립니다. 생각지도 않았을 때, 무료하고 평온한 보통날을 보내고 있을 때 옛 연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거죠. 저는 진짜 설레는 일은 완전히 체념하고 있을 때 찾아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곡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상황인 거죠. 무방비 상태에서 내가 그리워하던 사람의 전화를 받는다는 건, 그때의 그 떨림과 설렘과 가슴 벅찬 기분이라는 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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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간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설렘을 위해 달려가는 노래입니다. 편곡자에게 곡의 시작을 둥둥둥둥 하는 베이스로 표현해달라고 주문했죠. 둥둥둥둥 하는 소리가 맥박처럼 들리길 원했거든요. 그리고 가사도 그 맥박 소리와 이어지게끔 '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으로 시작했어요.
- 윤종신,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 중에서
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
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
나의 많은 약속들 가운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들었고
며칠 밤이 길었던 약속 같지 않던 기적
...
단 한 번 그냥 무심한 인사였어도 좋아
수화기 너의 목소리
그 하나만으로도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
흐르는 땀 숨 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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