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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기만_ 윤종신의 <내일 할 일>

by NUGA

 

못나고 못난

단언컨대 내 이별은 나만 힘듭니다. 세상에 내 이별만큼이나 나 혼자 힘든 일도 없죠. 내가 아무리 세상이 떠나가라 슬퍼해도, 세상은 내 이별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이별한 내가 불쌍해 죽을 것 같은데, 이렇게 계속 슬퍼하다간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걱정돼 죽겠는데, 남들은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이 꿈쩍도 하지 않죠. 나를 불쌍해하기는 커녕 그까짓 이별이 뭐라고 그렇게 유난을 떠느냐면서 오히려 한심하게 쳐다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내 슬픔의 강도와 정도와 깊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니까요. 사실 내 이별이라고 해서 그리 대단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내 이별은 나에게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지 남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고요. 하지만 안다고 해서 괜찮을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우리는 자신의 이별 앞에서는 어김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내일 할 일

<내일 할 일>의 주인공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별이 두려운데요, 왜냐하면 이별로 인해 자신이 완전히 무너져내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 사람은 어떻게 하면 자신을 지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결국 이별 직후의 스케줄을 마련합니다. ... 물론 이 사람의 '준비'란 일종의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는 이별한 뒤에도 괜찮을 거라는 안간힘이자, 나는 사랑이 끝나도 별문제 없을 거라는 최면에 불과하죠. 안타깝게도 이 사람은 괜찮지 않을 겁니다. 쉽게 괜찮아질 수 있는 이별이라면 이렇게 미리 상상을 하고 준비를 하지는 않았겠죠. ... 세상에는 아무런 준비도 필요치 않은 이별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오랜 기간을 꼬박 준비해도 모자란 이별도 있습니다. 결코 편하게 이별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우리 편하게 이별하자'는 말을 하는 거겠죠.

- 윤종신,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 중에서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하루종일 이별 준비야
너 떠난 뒤가 막연했기에
...

눈물은 미련이란 것쯤
서로의 가슴은 알기에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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