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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이별_ 김경춘

by NUGA

기쁜 이별

정들었던 철새가
한 마디 작별의 말도 없이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을 때

그건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예정된 이별이지만

쓸쓸해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것은

때가 되면
꽃들이
반가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처럼
어김없이 찾아오는
재회의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이별 앞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사진첩의 낯익은 모습 그대로
다시 돌아와
친숙하게 손 내미는
철새와 같은 약속이 있다면

그 색깔 그대로
그 향기 그대로
어김없이 찾아와
얼굴 내미는
꽃들과 같은 약속이 있다면

긴 세월 동안
공허한 가슴에 싹터 오르는
그리움에 대한 상처도
아물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이별이라면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슬픈 사연들은 없을 것 같다.

- 김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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