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_ 선율
by NUGA
환절기
저물어가는 하늘은 생각보다 일찍
차디찬 바람의 실오라기를
어깨에 걸쳐주고 사라졌다
새로운 계절의 마중물은
스치는 손등에 얼음처럼 떨어졌다
눈물샘은 마지못해 터졌다
따뜻했던 기억은 어느새
쌀쌀한 거짓말이 되어있었다
같은 온도의 추억,
편린일지라도 사라진 줄만 알았던
익숙한 느낌들이 조각처럼 되살아났다
같은 자리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작별도
만년설이 쌓인 산에서 불어온 바람처럼
극한 차가움 여미고 다시 찾아왔다
오늘을 살았던 여린 피부는
한 번도 마주하지 않은 것처럼
낯선 차가움을 소금처럼 뿌려놓고
저리 가라 한다.- 선율
Comment.
브로콜리 너마저의 2집 <졸업> (2010)의 9번 트랙인 '환절기'를 듣고 쓴 시.
지금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환절기'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밴드적 감각이 돋보이면서도
나에게 있어 10월, 가을의 감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되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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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나에게 참 의미가 많은 달이다.
최초의 이별에 아파하고, 떨쳐내려고 많은 시도를 하고,
새로운 인생의 경험과 관계에 몸을 맡긴 대학생이었던 시절,
기숙사 앞 단풍나무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떠오르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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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것은 모든 생물들의 본능이지만,
쉽지 않다. 받아들이거나 불응한다는 것,
그 기로에서 선택은 불가피하나, 변화로 인해 성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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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그 성숙이 진행되는 시간은 언젠가 겪어봤던 반복의 시간일수도 있고,
여지없이 고통스러운 처음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 극복의 시간을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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